첫번째 레서피 공개
부엌에 들어가서 뭘 해본 지가 너무 오래돼서
사실 요즘 죽을 맛이다. 때되면 뭘 해먹긴 해먹어야 하는데
이건 재료도 낯설고 공간도 낯서니 원.
나가서 사먹자니 돈도 돈이지만 한 20분은 걸어 나가야
하니 도대체가 귀찮아서 못할 짓이다.
매일 똑같은 걸 먹는 게 안쓰러운지 다들 뭘 준비할 때마다
아는 척들을 한다. 내가 고바야시한테 물어봤다.
여기 있는 애들 말고, 보통의 일본 남자들도 요리를 잘 하냐고.
그렇단다.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최근에는 아주 공부하면서
요리하는 애들이 많단다. TV에도 요리 프로가 많고,
잡지나 만화책 등 마음만 먹으면 접근할 수 있는 요리
정보가 많아서 요즘 젊은 애들은 다들 요리를 잘 한단다.
너도 그래서 잘 하냐고 했더니 자기는 자기가 먹는 것만
잘한단다. 부엌의 살림 정리를 어찌나 잘하는지. 처음엔
이 게스트하우스의 관리인이나 아니면 우렁각시가 그릇들을
정리하는 줄 알았는데 고바야시였다. 다들 먹고 씻어
엎어놓으면 진열장에 싹 정리를 하는 거다. 보온통도 정기적으로
닦고 물이 떨어지면 또 채우고.
오늘 '마시'라는 애는 디저트를 아주 요란하게 만들어서
뭐냐니까 팬케이크란다. 한참 반죽을 해 팬에 붓더니
블루베리까지 얹어 아주 먹음직스럽게 만들어내는 거 아닌가.
넌 날마다 성찬이냐고 했더니, 넌 요리가 싫어, 이렇게 묻는다.
아니, 뭐 꼭 그런건 아니지만....서도. 좋아하진 않지.
어쨌거나 난 오늘도 초간단 요리들로 세끼를 다 해치웠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봤는데 당장 구해서 만들 수 있는게
없었다.
배고파 바닥을 길 지 몰라 냉동실에 식빵은 항상 챙겨놓고 있다.
과일, 잼, 크림치즈, 야채 조금이랑. 아, 生드레싱( 항상 냉장고에
보관해놔야 한다.)도 있지. 아직 쌀구경은 못했다.
방콕 다녀와서 쌀은 살 생각이다.
편한 맛에 샐러드를 자주 해먹는데 어제 고바야시가 팁을 하나 알려줬다.
이렇게 저렇게 하면 맛있다고.
우선 가지고 있는 재료로 만들었는데 음...맛있었다.
양상추, 토마토, 바나나, 삶은 달걀, 그리고 생양파.
양파를 넣을 생각은 못했는데 얇게 썰어 물에 담가 매운 맛을 쏙 뺀 후
야채위에 얹어 소스를 뿌렸는데 바로 식빵에 끼워 먹어도 될 것 같다.
뭐 참치가 들어가면 참치 샐러드가 될 것 같고. 달걀이 좀 더 들어가면
달걀 샐러드. 이름 붙이기나름의 샐러드가 탄생한다.
얘네들은 요리만 잘하는 게 아니라 요리나 재료에 맞는 그릇들도
참 잘 사용한다. 여기서 어깨너머로 배우면 나도 좀 흉내를 낼 수 있으려나.
시간 날때 마시한테 블루베리 팬케이크 만드는 법을 다시 알려달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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