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강릉에 다녀왔다. 며칠전 받은 편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일본에서 만난 유학생인데 한국으로 돌아간 후 이메일을 보냈는데 아직 강릉이라면서 글을 시작하고 있었다. 꿈에서, 오죽헌 입구에서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바로 보이는 구용정에도 들렀고, 빈 겨울바다도 아주 느린 걸음으로 걷다 왔다. 바다에 가기 전에 좌측에 있는 선교장에도 갔었다. 그대로였다. 꿈속에서 다행이다, 라고 그랬었던 것 같다. 

강릉은 아무 연고도 없는데 가끔 가던 곳이었다. 다들 혼자 여행을 가고 싶을 때가 있지 않나. 그런 어느 날이었다. 터미널에서 어디로 갈까 하다 '강릉'이라는 글자가 어찌나 커 보이던지 그냥 표를 끊었다. 목적이 오죽헌은 아니었지만 오죽헌이 있다는 얘기는 들은 터라 어떻게 찾아가는지도 모른 채 터미널에서 내려 무작정 오죽헌을 향해 걸었다. 얼마를 걸었는지 모르지만 마침내 오죽헌에 도착했고, 신사임당과 이율곡의 흔적을 더듬어야했는데, 그만 입구 오른쪽에 있는 구용정, 그 정자에 꽂히고 말았다. 정자에 앉아 잠깐만 쉬어야지 하다, 피곤이 몰려왔고, 그냥 대자로 누워 늘어지게 잠이 든 거다. 한숨 자고 일어나니 모든게 새로워진 기분이었다. 그럼 된 거였다. 구용정 앞의 연못만 한번 더 둘러보고 오죽헌을 나왔다. 바다 근처까지 갔다가 바다도 안 보고 그렇게 서둘러 강릉을 떠났었다. 

대학시절 친구 둘과 함께 도보여행하면서 다시 강릉에 갈 기회가 있었다. 이번에는 오죽헌 안을 제대로 둘러봐야지 했는데 그만 또 구용정에 드러눕고 말았다. 한숨자고 곧 갈게, 했는데 결국 그날도 난 구용정 감상에 그쳐야했다. 친구들이 돌아올 때까지 난 그저 정자에 앉아 있었다. 

그 이후로도 일이 잘 안풀리면 혼자 훌쩍 강릉에 다녀오곤 했었는데 그때마다 구용정만 둘러보고 오는 바람에 난 아직도 오죽헌을 잘 모른다. 선교장에도 갔었고, 강릉 해수욕장의 빈바다도 보고 왔는데 이상하게도 오죽헌 구경을 제대로 못했다. 5000원 화폐의 주인공이 신사임당으로 바뀌었다는데 오죽헌에 가면 그녀의 자취를 좀더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지난번 한국에 갈 때는 경주에 꼭 가고 싶었는데, 다음에 한국에 가면 강릉의 오죽헌에 다시 가고 싶다. 그때 오죽헌을 제대로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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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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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꽃사람 2009/11/28 15: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제는 아무데서나 누워자면 쉽게 입돌아갈 나이. 조심해요.
    그나저나 뭐 필요한거 없수?

    • 윤오순 2009/11/29 07:38  댓글주소  수정/삭제

      필요한 것:
      김, 고추장, 한국차(현미녹차, 둥글레차 같은 것), 봉지스틱커피, 라면, 요리용 카레(3분카레 같은 거 말고), 참기름, 오리온 초코파이, 숟가락/젓가락, 휴대용 숟가락/젓가락, 성석제 소설 아무거나, 김소진 소설 아무거나, 오탁번 시집 아무거나, 벽오금학도, 꿈꾸는식물, 장수하늘소, 감성사전, 들개, 최명희 혼불, 이번에 네가 작업한 한국음식 소개 사진집, 선 없는 스프링 노트, 돈 그리고 남자. 너무 구체적인가?

    • 꽃사람 2009/11/30 23:27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거 다 돈 있으면 살 수 있는데 살 수 없는게 딱 두가지 있네.
      남자. 그리고 내가 찍은 음식 사진집.
      사진집은 책으로 만든게 아니라 관광공사 사이트에 있어.
      음식 사진 필요한거유?

    • 윤오순 2009/12/09 05:54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진은 사이트에서도 볼 수 있구나. 네가 작업을 어떻게 했나 궁금했거든. 너 나한테 필요한 거 없냐고 물어본 거 후회하는 중이지?

    • 꽃사람 2009/12/14 22:36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실 공사 홈페이지에 올라간 사진은 크기 제한에 워터마크때문에 품질저하가 좀 심해서 원본과는 많이 다름.
      그나저나 후회하냐고 물어보는건 보내라는 얘기?

    • BlogIcon 윤오순 2009/12/15 04:41  댓글주소  수정/삭제

      필요한 거 없냐고 왜 물어본 거야? 수안은 너랑 겹칠까봐 리스트에 없는 것만 보낸다고 보냈는데 네건 아직 출발도 안했다는 거네?

  2. 나무고기 2009/12/02 13: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순~ 오천원 주인공이 바뀐게 아니고 오만원권이 새로 생기면서 모델로 발탁되신거야~~ 잘 지내지? ^^

    • 윤오순 2009/12/09 05:59  댓글주소  수정/삭제

      5만원권이 새로 생겼구나.

      그건 그렇고 보내준 소포 잘 받았어. 기도해주는 것만도 고마운 일인데...스님 형편 뻔히 알면서 이거 너무 뻔뻔한 거 아닌지 원. 연구실 애들이 어찌나 부러워하던지...인증사진 찍었는데 그 사진은 나중에 중요하게 쓸게. 누룽지를 그렇게 해서 팔기도 하나봐. '복'자가 큼직하게 새겨진 카드는 연구실 책상 앞에 딱 붙여놨어. 나 영국 올때 총알도 쎄게 쏴줬는데 이렇게저렇게 신경 많이 써줘서 고마워.

  3. hunt 2009/12/05 21: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흠... 아직 숨쉴 여유가 많은 모양이군, 딴생각이 나는거 보면....
    영국은 뺑뺑이 안돌리는 모양이군.. 지금 한참 정신 없이 돌아야 하는건데...
    막 꿈에 쪽팔리고 그래야 하는데 역쉬 산전수전 공중전꺼정 겪어서 그런가
    아직은 여유가 있어 보이는구래.... ㅋㅋ

    • 윤오순 2009/12/09 05:52  댓글주소  수정/삭제

      여긴 코스워크가 없고 바로 논문 쓰는 시스템이에요. 그렇다고 한가한 건 아니고요. 전에 그러셨죠. 올인하지 말라고...꿈도 꾸고, 가끔 재미있는 책도 읽고 그래요. 논문은 쭉쭉은 아니지만 계속 진도 나가고 있는 중이에요. 잘 지내시죠?